아직 초례도 지내지 않은 내외지만, 그들은 그날 오후에 돌아간 명 참판의 묘소에까지 갔다. 그날 난군들과 함께 들어간 재영이는 대궐 안에서도 인화와 떨어지지 않았다. 만날 고주의 진영과 음식 거처를 같이하며, 한 달에 한 번씩쯤은 반혼법으로 공주의 몸을 어루만질 수가 있는지라, 처음 한동안과 같이는 비통해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초를 잡는 지금은 한 개의 위대한 지배자만 있으면 그 지배자의 힘으로써 이렁저렁 일을 처리할 수가 있으니, 기초를 온전히 잡은 장래에는 많은 인재(人材)가 있어야만 되겠다. 복종치 않자니 스승의 추천이 없이는 태공도 자기네를 긴히 써 줄지 안 써줄지도 모를 일, 그리고 또한 한편으로 스승의 그 정연한 이론에 복종치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자기네의 어버이가 세운 공이며, 그 사이 십 년에 가까운 날짜를 겪은 고난 등을 방패삼아서, 스승의 말에 공공연히 반대한 몇 사람의 숙생도 있었다. 이러한 세상에서 오랫동안 남에게 그 신분을 감추어 오며 서로 사랑하던 두 사람이, 태공과 스승의 축복 아래서 가정을 이룰 날도 멀지 않았다. 그러나 스승의 억압에 그 반대성은 즉시로 자취를 감추었다. 지나간 날 아내의 정조를 의심하고 북경루까지 쫓아가던 순간의 자기의 그 절박했던 심정을 불현듯 생각했다.
『선생님, 저번 날 밤은 늦으셨지요? 봉구는 신기한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 마침내 봉구는 참다 못 하여 자전거를 달려서 취인소로 갔다. 가까이 불러 앉히었다. 초췌한 용안-더우기 어린 세자를 이 어지러운 판국에 남겨놓고 떠나는 왕은 못내 마음이 놓 이지 않는지, 매우 힘들이어 세자 쪽을 바라보고 다시 못 대군 쪽을 바라보고 하였다. 애고애고 좆 꼴리어, 암만해도 못 참겄다. 그런데 왜병을 선봉으로 이용한 것은 이괄이뿐이 아니다. 다시 섭정의 지위에 올라서서 태공의 눈에 제일 먼저 명료히 비친 것은 외국 세력의 과도한 침입이었다. 재영이는 몸을 조금 비켜서 겸호의 눈에 인화가 보이도록 하였다. 인화가 작은 소리로 먼저 부르짖었다. 그러나 인화가 알리기 전에 재영이는 먼저 알아본 것이다. 민씨는 몰락되었다. 분요의 틈이라 아주 가까이 가서 뵙지는 못하였지만 대조전을 지키고 있던 늙은 영웅은 이제부터 장래도 대조전을 지킬 이가 될 것이다. 스승은 늙은 몸이 직접 공사를 감독하였다. 그러나 물론 아무런 승산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강선생님의 품에서 애무를 받은 적이 있는 자기가 그런 사실을 숨기고 미 스 헬렌 옆에서 하룻밤을 모른 체 하고 지낼 수는 도저히 없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순영은. 하고 고함치는 송 만년이의 소리를 재영이는 들었다. 그 소리를 듣고 재영이가 난군들의 위로 만년이의 그림자를 찾노라고 두리번거리노라니까, 만년이가 손을 높이 들어서 자기가 있는 곳을 알게 하였다. 그 사이 운현궁에 깊이 박혀 있는 몇 해, 태공은 외국의 세력이 각일각 조선의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것을 모른 바는 아니었다.
이 말을 들은 이완은 아무 말이 없이 길가에 있는 큰 돌맹이에 걸터앉더니 잠시 눈을 감고 무엇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벼르던 꿈은 마침내 실현이 된 것이었다. 그들의 마음을 환희로써 터질 듯이 한 한 가지의 커다란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이젠 다 됐다’는 의미 아래는 이제는 가까운 장래에 자기들은 내어놓고 부부가 될 수 있다 하는 뜻이 포함된 것이었다. 이제는 태공의 세상이 이르렀다. 그러나 태공의 예상외로 국외 세력은 든든히 자리를 잡았다. 혈기에 날뛰는 숙생들은 모두 한결같이 오늘 저녁부터라도 정부의 긴요한 자리를 차지할 자기네들을 꿈꾸고 있었다. 순영의 속에는 두 순영이가 있었다. 물론 숙생들에게는 불평이 있었다. 외국의 강대함을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외국의 문명을 수입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왕비당의 교활한 외교 정책은 자기의 나라를 속이며 자기의 국민을 속이기 위하여, 자기네의 세력 위에 좀더 금박(金箔)을 가할 필요상, 외국의 세력을 끊임없이 끌어들였다. 소모된 정열과 생명 을 섭취하며 명동은 살쪘지. 그래 시방은 어떤 관립병원에 촉탁의(囑託醫)로 월급생활(月給生活)을 하고 있다고 그렇게 몇 해 전부터 편지거든요.
명례는 부지깽이로 지휘봉(指揮棒)을 삼아 휘두르면서 잔 잔한 목소리로 따라 불렀다. 그러나 벌써 가슴에 치명상을 입은 겸호는 일어는 섰지만 바로 설 기력은 없었다. 고꾸라졌던 겸호는 곧 다시 일어는 났다. 겸호는 재영이를 향하여 달려왔다. 겸호는 재영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분명히 죽었을 일월산인을 발견한 그는, 극도의 경악을 얼굴에 나타내며 기이한 부르짖음을 발하였다. 김 보현은 이미 붙들려서 난군들의 손에 내어 맡겼으나, 반드시 대궐 안에 숨어 있을 겸호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오기 시작하던 비는 소나기로 지나가고 하늘은 씻은 듯이 맑았는데 억만 장안 안에 아무 소리도 없이 다만 야순하는 일본 기병대의 말 발굽 소리만이 옛 서울의 고요함을 깨뜨 린다. 일찍이 태종대왕이 그 毗아드님인 양녕대군을 세자로 봉하 였다가, 다시 사위(嗣位)를 세째아드님 충녕대군(세종대왕) 으로 바꾸고자 할 때에, 김 종서는 다만 태종의 뜻에 영합 하고자 하여, 얼마나 많은 말을 꾸며내어서 양녕대군을 헐 뜯었던가. 이렇게 난군들과 헤어져서 겸호를 찾아보려고 할 때에, 문득 총소리가 네 방이 연하여 났다. 그리고 벌써 꽤 가까이 이른 난군들을 향하여 겸호를 내어 쏘았다. 앞에 막아 있는 사람을 겸호가 인식한 때는, 벌써 재영이에게서 세 걸음쯤 앞에까지 이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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